대전 원도심의 문화를 만나다

하얀책상

강필호, 진혜란|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 몸을 담는다. 집, 직장, 학교, 카페, 식당, 지하철역까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공간의 수는 상당히 많지만 사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는 공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니, 어쩌면 2016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편안한 쉼터가 되어야 할 '집'조차도 낯설고 외로운 타인의 방과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간과 인간의 괴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전 대흥동의 거리 한 구석에는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말을 거는 카페가 있다. 주인장의 손때가 곳곳에 배어있는 공간의 꾸밈새나 세월의 흔적을 상기시키는 골동품이라 불려야 할 듯한 물건들은 과거의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정겹다. 마음 붙일 곳이 없는 사람들이 익숙한 어느 시간 속에서 편안하게 쉬어가는 카페, 나무 냄새 가득한 <하얀책상>의 첫인상이었다.




1. 하얀책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하얀책상’이라는 이름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하얀책상’이라는 이름은 제가 추구하고 있는 카페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하얀색은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을 품고 있는 색이며, 책상은 사람들이 사색을 하는 곳이죠. 이 두 가지를 합치면 깨끗하고 정갈한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2. 카페 곳곳에서 예술가들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하얀책상’에서 진행 되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1층은 카페로 운영 중이고, 전시나 공연과 같은 문화콘텐츠는 지하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지하공간에서는 인디밴드의 공연, 무용 공연, 시화전이 진행되기도 했어요. 얼마 전에는 ‘우리 동네 작가들’이라는 전시가 진행되었는데요, 대전의 작가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북 콘서트 형식의 콘텐츠가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3. 공연, 전시 기획과 카페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제가 특별하게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공간 대여나 콘텐츠 운영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을 때, 문의를 받은 콘텐츠에 어울리는 공간 연출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희 하얀책상의 색깔에 맞는 공연과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배경을 함께 만들어 가는 정도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4. 하얀책상이 대전 원도심에 자리를 잡으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원도심에서 오랜 기간 살았고요, 신도심에 비해 한적한 곳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흥동을 택했습니다. 처음부터 문화를 접목시킨 카페를 만들고 싶었고, 문화가 있어야 카페가 완성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단순하게 커피만을 판매하는 카페는 사실 포화상태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화를 통해서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콘텐츠에 어울리는 지역으로는 대흥동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5. ‘하얀책상’의 지향점 또는 목표를 듣고 싶습니다.

대흥동을 제외하면 대전의 문화는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둔산동과 같은 신도심에도 분명 문화는 있고, 그곳의 문화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흥동에는 소극장, 미술관, 갤러리, 고택 등 뿌리 깊은 대흥동만의 멋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대흥동의 문화’하면 떠올릴 수 있는 카페가 하얀책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카페 벽과 책장에 한가득 붙어있는 메모들 보이시죠? 저는 저 메모들을 통해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고는 해요. 지금 시대와는 상반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이런 아날로그적인 요소들을 멈추어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하얀책상


순백색이 지닌 정결한 이미지, 그리고 사색의 도구로 활용되는 책상. 누군가의 그리운 책상 앞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에디터

강필호

경직된 사고 방식을 물흐르듯 피하는 그 남자

진혜란

연기를 합니다, 종종 글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