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연희, 걷다

CAFE VOSTOK(보스토크)

강필호|


프로젝트 카페 보스토크(VOSTOK)는 카페&바, 라운지, 전시공간, 스크리닝 및 녹음실, 플리마켓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활용되는 야외공간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단독주택 양식의 건축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연희동답게 2층 양옥집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이 공간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콘텐츠를 담아내는 공간은 타 지역에도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희동의 지역성 속에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의 모습은 어떠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쩌면 긍정적인 관점에서 지극히 '연희동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호흡이 가능한 연희동, 인터뷰를 마치며 가장 먼저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은 보스토크가 소개하고 있는 다채로운 프로젝트들이 주민들의 삶과 함께 호흡하며 튼튼한 힘을 얻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1. 연희동에 자리를 잡으시게 된 계기, 또는 서울의 다른 지역이 아닌 연희동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연희동에 애정을 가지게 되신 사연도 듣고 싶습니다.

미술전공자로서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면서 연희동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홍대 근처에서부터 서촌까지, 동료들의 작업실이 많은 동네들을 두루두루 살펴보았는데요. 대부분의 지역들이 자리를 잡기에는 임대료 등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 부담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연희동을 만나게 된 거죠. (웃음) 결국 저는 연희동에서 자리를 잡고 문화공간을 운영하게 되었고요, 동료 예술작가들도 점차 연희동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많은 동료들과 함께 연희동 곳곳에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 VOSTOK이 생각하는 연희동만의 개성은 무엇일까요?

특징적인 점 중에서 하나를 뽑자면 연희동은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이 종종 방문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연희동 인근에 대학이 많기 때문에 번화가가 아닌 조용하고 한적한 연희동에 자리잡으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VOSTOK를 운영하다 보면 교수님들의 열띤 토론을 의도치 않게 옆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웃음)


3. 연희동에서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으신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연희동의 ‘정’이 느껴졌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VOSTOK을 이 자리에 짓게 되는 과정에서 건물은 완공이 되었지만, 한동안 카페 앞 마당 공사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영업을 했던 기간이 있습니다. 드디어 카페 앞 마당의 공사를 마무리 짓게 되는 날, 카페 주변에 거주하고 계신 마을 주민 분들께서 밤에 나오셔서 축하를 해주시던 기억이 있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웃음) 또 하나는 저희 카페를 자주 방문해주시는 ‘장군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의 주인이신 주민 분이 있으신데요, 본인이 직접 수집하신 LP 음반을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적이 있어요.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4. VOSTOK 공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선보이고 있는 프로그램 또는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릴께요.

저희 VOSTOK은 1층부터 3층까지 각 층마다 의미와 컨셉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1층은 무소속연구소가 운영하는 전시공간으로 자체적인 프로젝트 또는 전시를 위한 대관을 통해서 운영되고 있어요. 2층은 음악과 함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3층은 프로젝트 작업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지인과 동료들을 위해서 공유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VOSTOK의 외형을 보시면 삼각형 모양으로 지어진 것이 눈에 띄실 거에요. 꼭대기층의 뾰족한 부분은 ‘머리’를 상징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VOSTOK의 생각하는 공간이자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창작공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은 예술문화 활동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몸통’, 마지막으로 제일 아래 위치한 1층은 VOSTOK에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VOSTOK이 특별한 공간인 이유는 예술인을 섭외하여 운영하는 팟캐스트 방송을 (아마도) 최초로 시작한 공간이라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기존에 갤러리 형식의 카페는 많이 있었지만, VOSTOK은 갤러리 카페인 동시에 팟캐스트 방송을 운영하고 있죠. 그리고 VOSTOK을 운영하게 된 취지는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요소들이 쌓이고 녹아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공유하는 데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프로젝트 하나를 예로 들자면, 바로 ‘문학’을 가공하여 전시를 꾸몄던 프로젝트입니다. 전시의 콘텐츠였던 다양한 책에서 중요한 문구를 선정했고, 빈칸을 만들어 테이블 매트 형식으로 카페 테이블에 배치를 해서 방문하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예상보다 활발한 참여와 독특한 결과물에 놀랐었는데, 아마도 전시를 의도한 공간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프로젝트였다는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자연스러우면서도 방문객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개성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어요. (웃음)




5.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연희, 걷다>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연희, 걷다> 프로젝트가 어떤 방향성과 지향점을 가지고 발전되기를 바라고 계신가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어반플레이 주최 하에 <연희, 걷다> 프로그램이 기획/실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완성도 높은 축제를 위해서는 연희동을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티로 그 범위를 확대한 축제 기획단을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반플레이가 열정적으로 일을 해주고 계시지만, 보다 다채로운 연희동을 조명하기 위해서는 <연희, 걷다>에 전념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연희동에 위치한 다양한 문화 공간 및 개인이 합심하여 백지장을 맞드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연희동의 각 공간들이 축제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맡고 행사를 공동 개최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된다면, <연희, 걷다> 프로젝트의 취지와 다양한 콘텐츠들을 펼쳐나가는 것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 연희동만의 문화는 무엇일까요? 또 VOSTOK이 추천하는 연희동의 추천 장소가 있을까요?

3년 전 연희동을 리서치하면서 눈에 띄었던 특징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VOSTOK은 주민들과 반려견이 함께 출입이 가능하도록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VOSTOK 자체 플리마켓의 수익금 중 1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연희동만의 문법이자 문화를 존중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추천하고 싶은 장소로는 ‘경성참기름’이 있습니다. VOSTOK의 플리마켓에도 초대를 했던 가게인데요, 오랜 기간 참기름 가게를 해오신 부부께서 가게를 정리하려고 하신다는 사정을 알게 된 한 문화기획자께서 직접 참기름 짜는 방법을 배우면서 가게를 이어받았다는 스토리가 있는 가게입니다.




8. 연희동에서 생기면 좋을 것 같은 문화 축제/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연희동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 친해질 수 있는 큰 파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시 단위의 문화 축제를 넘어서 카니발처럼 ‘흥’이 날 수 있는 연희동만의 파티가 있으면 마을 커뮤니티에 보다 활기가 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9. 연희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연희동은 “고향마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고향마을처럼 ‘정’ 많은 동네라고 생각해요. 예술과 문화가 살아있는 동네인 동시에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고 교류할 수 있는 정이 가는 주민들이 계시거든요. (웃음)



※ About 연희, 걷다

‘연희 걷다’는 개인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를 통해 보다 유쾌한 방식의 마을 콘텐츠를 생산하며, 나아가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연희, 걷다의 목표는 마을의 문화활성화이며, 마을의 상업화가 아니다. 마을의 무분별한 상업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며, 콘텐츠의 가치가 부동산의 가치로 쉽게 변질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개개인의 스토리와 콘텐츠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데 목표를 둔다.

어반폴리 매거진을 기획-운영하고 있는 (주)어반플레이는 경험이 누적되고 커뮤니티가 모여 생성된 콘텐츠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아닌 지역의 콘텐츠가 인정받고 가치화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희, 걷다’ 프로젝트가 단기적인 행사를 넘어 지속적으로 지역만의 소규모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기반으로 자리하고, 자생적으로 연희동 지역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연희동만의 정체성을 누적시켜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2016년 봄의 연희동을 '공예'를 통해서 담아냈다.

어반폴리 매거진은 2016 연희, 걷다의 봄 에디션 '공예, 있다'에 참여한 공간들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연희동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문화공간들이 연희동, 그리고 지역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소개하는 이번 연재를 통해서 독자들이 오늘날의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도시 속에서 '마을'과 '문화'가 지닌 의미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에디터

강필호

경직된 사고 방식을 물흐르듯 피하는 그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