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연희, 걷다

헤이마(Heima)

어반폴리|

헤이마 타운에게 연희동은 망명지와도 같다. 출발점에서부터 상업적이고 번잡한 문화 생태계에 대한 대안을 지향했던 예술가들에게, 본래의 보금자리였던 서교동, 합정동은 이상을 꿈꾸는 아늑한 집과도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적인 논리로 인하여 급변하게 된 지역의 모습은 본래 꿈꾸었던 이상향과는 큰 괴리가 있었고, 우연히 방문하게 된 연희동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망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무릇 망명이라 함은 연희동에게 있어 헤이마는 '손님'의 입장과도 같다는 의미겠지만, 헤이마는 연희동의 일부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으며 인터뷰를 통해서 이해한 그들의 모습 역시도 연희동과 닮아 있었다. <연희, 걷다>는 터줏대감과 손님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망명객들이 이방인으로 남지 않고 '연희동 주민'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그런 축제를 지향한다. 그런 관점에서 헤이마의 이야기는 조금 특별했다.



1. 연희동에 자리를 잡으시게 된 계기, 그리고 서울의 다른 곳이 아닌 연희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리고 연희동에 애정을 가지시게 된 사연도 듣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연희동이 친숙한 동네는 아니었어요. 헤이마는 본래 홍대입구에서 가까운 서교동, 로스팅 공방은 합정동에 위치한 공간이었어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급변하는 지역의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겨워질 무렵, 연희동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었고, 연희동을 알게 되니 홍대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연희동 특유의 성숙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이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2. 연희동의 개성을 한 단어 또는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연희동은 '나른하다'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연희동은 묘해요. (웃음) 최근에는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연희동은 지역주민들과 새로운 방문객, 오래된 부촌의 이미지 등이 겹쳐 복합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듯 하면서도 연희동 나름의 속도를 유지하며 휩쓸리지 않고 있죠. 이 때문에 연희동을 걷다 보면 나른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는 합니다. 이에 더해 오래된 주거지역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연희동의 지역적 특성 덕분에 상권이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특유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3. 연희동에서 운영하고 계신 공간을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시면서 있었던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연희동 정착 초기 색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고 공감하는 연희동의 모습이었어요. 헤이마가 홍대입구에 있던 시절에는 장년층과의 접점이 적은 편이었는데, 연희동에 온 이후로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과 만나고, 고객 분들이 만족감을 얻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 때 받았던 인상이 깊게 남아있어요. 4. 2016 <연희, 걷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소감과 운영하고 계신 공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운영하고 계신 공간이 선보이고 있는 개성 있는 문화 프로그램, 작품, 물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연희, 걷다> 프로젝트를 통해 연희동의 예술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기획에 굉장한 흥미를 느낍니다. 2회를 맞이한 <연희, 걷다> 프로젝트 앞에 놓여진 과제가 많겠지만 꾸준히 성장해나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연희, 걷다>를 통해 많은 분들과 만남을 가지게 될 헤이마는 현재 조명과 식물을 함께 담아낸 '램플란트'와 캔들을 제작하는 '콜라보파티'와 함께 공간을 채워가고 있어요. 또한 가구와 도예가 함께 하는 기획도 준비 중이랍니다.



5. '헤이마'가 생각하고 느끼는 <연희, 걷다>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또한 앞으로의 <연희, 걷다>가 담아내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개성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연희, 걷다>는 걷기 좋은 계절에 걷기 좋은 동네인 연희동을 걸으면서 문화콘텐츠를 둘러볼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작가들과 공간 간의 꾸준한 공동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서, '작가'와 '공간'의 분리가 아닌 다양한 조합을 통해 <연희, 걷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으면 좋겠어요. 6. 연희동만의 문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내년 <연희, 걷다> 프로젝트에서 추가되면 좋을 것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헤이마도 계속해서 연희동에 적응을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연희동은 알면 알게 될수록 숨어 있던 매력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각각의 공간을 이루고 계신 모든 분들이 예술가적인 마인드와 면모를 갖추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연희동을 방문하신다면 연희동이란 지역 자체를 탐방해 보시기를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 <연희, 걷다> 축제를 기획할 때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연희, 걷다>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연희동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 About 연희, 걷다 ‘연희 걷다’는 개인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커뮤니티를 통해 보다 유쾌한 방식의 마을 콘텐츠를 생산하며, 나아가 마을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연희, 걷다의 목표는 마을의 문화활성화이며, 마을의 상업화가 아니다. 마을의 무분별한 상업화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며, 콘텐츠의 가치가 부동산의 가치로 쉽게 변질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개개인의 스토리와 콘텐츠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데 목표를 둔다. 어반폴리 매거진을 기획-운영하고 있는 (주)어반플레이는 경험이 누적되고 커뮤니티가 모여 생성된 콘텐츠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신념 아래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아닌 지역의 콘텐츠가 인정받고 가치화 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희, 걷다’ 프로젝트가 단기적인 행사를 넘어 지속적으로 지역만의 소규모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기반으로 자리하고, 자생적으로 연희동 지역의 커뮤니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연희동만의 정체성을 누적시켜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2016년 봄의 연희동을 ‘공예’를 통해서 담아냈다. 어반폴리 매거진은 2016 연희, 걷다의 봄 에디션 ‘공예, 있다’에 참여한 공간들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연희동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문화공간들이 연희동, 그리고 지역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소개하는 이번 연재를 통해서 독자들이 오늘날의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도시 속에서 ‘마을’과 ‘문화’가 지닌 의미에 대하여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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