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의 아지트

카페 파스텔

서현경|

한가로운 평일 오후 2시에도 이대와 신촌역 사이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옷 가게마다 걸려 있는 옷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웅장한 음악 소리를 내뿜는 화장품가게로 향하는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거리를 걷다 보니 끊임없이 이어진 상가들 사이로 간판조차 내걸지 않은 큰 건물이 보였다. 심지어 1층은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이 건물에 무언가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길이 없어 보였다. 조심스레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해서야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빛을 내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발견한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 카페 파스텔이었다.





카페 파스텔은 음반레이블 파스텔뮤직이 합정에서 신촌으로 이전하게 된 것을 계기로 같은 건물 3층에 오픈하게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카페의 모습이 아니었다. 오른편에는 멋진 외형의 LP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왼편에는 서적들과 소품들이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어 자연스레 시선을 끌었다. 카페의 테이블은 다양한 소품 및 음반과의 오랜 교감 이후에야 눈에 들어왔다. 밖이 환하게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을 등지고 적당히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맞은편에는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계산대 그 위로 ‘Café Pastel’이라는 글자를 형상화 한 네온사인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정말 카페가 맞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커다란 무대와 좋은 장비들이 한 쪽에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한가지로 정의 내리기 힘든 카페 파스텔은 과연 어떤 공간인지 담당자와의 밀담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하였다.



<사진제공: 카페 파스텔>


카페 파스텔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음반레이블 파스텔뮤직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고요, 특강과 강연을 통해서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파스텔에서 지향하는 분위기는 무엇인가요?

옛날 프랑스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살롱과 같은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낮 시간부터 앉아 맥주를 마시며 시인들은 시를 쓰고, 음악애호가들은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그런 분위기 말이죠.


카페 파스텔에서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취급하고 계시는 아이템들에 대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카페 파스텔에는 LP와 음반, 독립출판물, 서적, 문구 등을 판매하는 ‘프렌테숍’과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렌테숍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은 파스텔뮤직과 감성이 맞는 에세이와 책, 소설 등의 서적들이 있고요, 파스텔뮤직 대표님께서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오신 LP와 음반들도 있습니다. 또,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조금 부족하지만 해외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문구와 소품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파스텔 뮤직 대표님께서 직접 공수해 오셨다는 LP들과 아기자기한 문구, 소품들. 하나같이 디자인이 돋보이는 것들로 가득하다



전망 좋은 자리 한곳을 차지하고 있는, 유희경 시인의 시집서점 위트앤시니컬


카페 파스텔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파스텔뮤직이 합정에서 신촌으로 이사하게 된 후 카페 파스텔 오픈 기념행사로 6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음악과 시, 소소한 이벤트가 있는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수요일에는 파스텔뮤직 뮤지션들의 미니콘서트를, 목요일에는 위트앤시니컬과 함께 시 낭독회를, 금요일에는 일정 시간 동안 카페 파스텔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되었어요. 또한, 주말에는 ‘파스텔 데이’라는 이름의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파스텔 데이’란 파스텔뮤직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과 파스텔뮤직이 라이센스한 해외 음반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벤트였고요, 많은 분들이 아낌없이 지르고 돌아가셨습니다. (웃음)


카페 파스텔에서 그동안 진행되었던 이벤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이벤트를 하나 소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픈 기념 이벤트로 매주 목요일에 진행되었던 시 낭독회는 프렌테 온라인숍에서만 예매를 진행하였는데, 모두 매진이 되어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어요. 특히 에피톤 프로젝트와 이병률 시인의 토크콘서트는 2분만에 매진되어 놀라웠던 기억이 나네요. 한편으로 4주의 응모 기간 내에 20개의 미션을 성공하신 분께 선물을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는데요, 2주차에 미션을 모두 완료하신분이 계셨어요. 그 분께는 2016년 파스텔뮤직의 모든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는 초대권을 선물해드렸습니다.




파스텔 뮤직 소속 ‘헤르쯔 아날로그’의 미니콘서트 (사진제공 – 카페 파스텔)

CJ E&M에서 주관하는 집콘이 김남희 작가와 짙은과 함께 6월 마지막주 수요일 카페 파스텔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제공 – 카페 파스텔)


카페 파스텔에 방문하면 ‘이건 꼭 해야 한다!’ 는 것이 있을까요?

카페 파스텔에서 판매하는 수제 생맥주 대동강 페일에일은 굉장히 맛있기로 유명한 맥주인데요, 밤에 즐기기에도 좋지만 낮술을 하기에도 좋으니 낮에 방문하셔서 대동강 페일에일을 저렴하게 즐겨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카페 파스텔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위트앤시니컬을 지키고 계신 유희경 시인께 시집을 추천 받아보시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진행할 문화행사를 소개해 주세요.

6월에 이어서 7월에도 위트앤시니컬과 함께 시 낭독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소소함을 배울 수 있는 강의프로그램 ‘처음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카페 파스텔의 공간을 활용하여 처음학교 대규모특강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희 공간에 방문해주신 분들께서 공간 대관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셨어요. 그래서 북노마드 같은 출판사를 주체로 하여 대관을 통해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카페 파스텔에 방문하면 꼭 마셔봐야 한다는 대동강 페일에일, 가격은 한잔에 6500원이다


소리와 글자가 어우러지는 자리

대화가 끝난 후 그녀는 유희경 시인과 이야기를 조금 나눈 뒤 위층에 있는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대화에 집중하느라 깨닫지 못했던 재즈 음악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눈길을 주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밖을 내다보는 창가에는 초록 식물들이 햇볕을 쬐고 있었고, 오른편 구석에는 다른 테이블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책상이 보였다. 작은 책상 위에는 시집과 연필, 그리고 원고지가 놓여 있었는데, 호기심이 들었던 나는 나무의자 위에 앉았다. 이미 원고지에는 누군가가 연필로 시집의 내용을 옮겨 적은 듯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이를 보자마자 나는 곧바로 원고지를 다음 장으로 넘겨 연필을 집은 뒤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한 글자, 한 글자 원고지에 적어보았다. 두 번의 재즈 음악이 흐른 후에야 나는 필사를 끝마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에 또 와야겠다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카페 파스텔을 나왔다. 밖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서현경

술과 음악을 곁들이면 좋은 문화이야기를 요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