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롱] 지금 사는 도시, 살만하시나요?


여러분들이 다 '건축주'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매일 도시에서 살아가고, 새로운 도시를 마주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발걸음이 향하고 머무르는 도시는 그리 많지 않다.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유현준 교수는 살고 싶은 도시엔 특별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살고 싶은 도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2017 살기 좋은 도시' 1위 멜버른 ⓒpixabay



살고 싶은 도시의 요건?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돈을 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유현준 교수는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을 내지 않고도 떳떳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동시에 도서관은 책이라는 콘텐츠가 있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서로 존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나아가 대형 도서관 한 곳보다는 소규모 도서관 여러 개를 만들어 도시 내 곳곳에서 도서관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공간의 획일적인 설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기존 교육 공간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교실 앞에 각기 다른 마당을 배치해 다양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유도한 세종시의 한 학교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공간의 콘텐츠가 계속해서 변화하여 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때, 학습자의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견해다.


을지로의 골목길 ⓒ아는서울




앞으로 어떤 거리가 뜨게 될까?


화제가 되는 단일 실내공간을 의미하던 핫플레이스란 표현이 최근에는 보다 넓은 ‘거리(Street)’ 단위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주거환경으로 설명했다. 과거 주택 공간에서는 마당과 집 앞 골목길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시간을 실내공간에서 보내기에 산책을 하고 자연을 느끼기 위해 거리로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거리 중 ‘골목길’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골목길은 별도의 계획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유산으로, 비정형적인 갈림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새로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회사가 만들어내는 정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수용하게 되는 현대인의 생활을 고려할 때, 골목길이란 매력적인 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가 될 수는 없다. 유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을 ‘이벤트 밀도’라는 직접 고안한 공식으로 설명했다. 걷고 싶은 거리는 100m를 걸어가는 동안 선택적으로 입장 가능한 가게 입구가 30개 이상인 거리. 즉, 방문객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다양하고 선택의 자유도가 높은 거리를 뜻한다.


서울숲 ⓒ아는서울



우리의 공원, 이대로 괜찮을까?


살고 싶은 도시가 갖춰야 할 요소 중에는 녹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유 교수는 우리나라의 녹지 대부분이 경사 지대이기 때문에 올라가고 내려가는 단조로운 행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만이 지닌 특징을 제시했다. 흔히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이 공간은 담장이 없기 때문에 접근이 용이하며, 주변 가게와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공원들이 담장을 허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밤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주거지역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차선폭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풍부한 녹지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유 교수는 녹지를 대체할 도심 공간으로 평평한 학교 운동장을 제안했다.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교를 개방하고, 주변 상점과 같이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 주위로 적절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운동장도 안전한 생활 밀착 공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그는 시간을 들여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오늘날 도시에서 만약 운동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교통량이 적은 차도의 차선을 줄여 머무를 수 있는 녹지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교 교수

- 홍익대학교 건축대학교 교수

- <어디서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저자

- '#알쓸신잡 시즌 2', '#어쩌다어른'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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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도시살롱>에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도시 문제와 이야기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풀어나갑니다.




살고 싶은 도시, 뜨는 골목길의 비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도시살롱2회: ‘벗은도시2’>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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