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동네 큐레이션

비범한 발상
행복도시를 만들다

해외 도시재생 덴마크 코펜하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살기 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 한국인이 꿈꾸는 유럽 도시. 하지만 코펜하겐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이었던 건 아니다. 지리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였기에, 되려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역사적으로 끊이질 않았고, 이로 인한 국고 탕진은 재건과 개발을 가로막은 장애물이었다. 2차대전 이후 이러한 상황은 전환을 맞이하는데, 도시 계획에 따라 통근 열차로 도심과 교외를 연결하고, 중심 시설을 분산하자 외곽 지역도 개발되기 시작한다. 이후 보행자 중심의 도시 설계와 얀겔 등 건축가와의 협업을 필두로 지역민과 소통하는 도시 계획을 실행함으로써 지금의 살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코펜하겐은 꾸준히 자신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몇 가지 모습을 통해 무엇이 이곳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는지 살펴본다.

01

어반 리거

바다 위에 지은 수상 기숙사 ‘어반 리거’는 저렴한 임대료와 쾌적한 주거 조건으로 유학생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1990년대부터 유입 인구가 급증한 코펜하겐은 현재까지도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다. 건축가 킴 로우드로프는 대학생이 된 아들이 코펜하겐에서 지낼 곳을 찾지 못하자 주택난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이에 폐컨테이너를 활용한 집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대지와 고층건물 규제로 인해 임대료가 높은 코펜하겐에서, 어반 리거는 역으로 물 위에 기숙사를 세워 임대료를 낮출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코펜하겐시에선 배를 거주지로 등록할 수 없기에, 수상가옥인 어반 리거도 현재 정식 거주시설로 인정받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도심 주거공간의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덴마크 당국도 어반 리거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므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규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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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아마게르 바케

지어진 지 40년이 되어가던 ‘아마게르 바케’는 쓰레기를 태워 전기와 온수를 만드는 열병합발전소였다. 이곳은 2018년 가을, 스키 슬로프를 겸비한 관광명소로 새롭게 태어날 준비 중이다. 한계 수명이 임박한 발전소를 대체할 차세대 발전소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재생 담당기관은 발전소 건물이 흉물스러운 공업 시설로 비춰지지 않도록 건축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구했다. 이때 내세운 조건은 단 한 가지, ‘발전소 옥상 공간 중 적어도 20~30%를 대중에게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공모팀 대다수가 옥상정원을 대안으로 내놓았던 반면, 비야케 잉겔스 그룹(BIG∙Bjarke Ingels Group)은 여러 동의 건물 지붕을 이어 붙여 스키 슬로프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구릉지나 산이 없어 스키를 타러 노르웨이나 스웨덴으로 가야 하는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상,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포츠 센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색 있는 관광 명소로도 활용 가능한 매력적인 재생 방안이었다. 2017년 3월 30일 가동을 시작한 아마게르 바케는 무엇보다 최첨단 청정 시설을 갖춘 열병합발전소로서 전 세계에 도시재생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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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수페르킬렌

‘수페르킬렌’은 코펜하겐과 뇌레브로를 이으며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도심 공원이다. 시위와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던 뇌레브로에는 ‘위험한 빈민가’라는 낙인이 따라다녔다. 이를 타파하고자 코펜하겐시는 세 구획으로 구분된 수페르킬렌 도심 공원을 기획했다. 첫 번째 구역은 문화 활동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붉은 광장으로 빨간색 바닥이 인상적이다. 두 번째 구역인 검은 시장은 주민이 더 활발히 활동하고 교류하도록 검은색 아스팔트 위에 하얀 등고선을 그려 넣은 게 특징. 세 번째로 수페르킬렌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는 녹색 공원은 소풍이나 산책하기에 좋은 일반적인 녹지 구역이다. 이주민들의 고향 62개국에서 가져온 108개 소품은 공원 곳곳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고, 이곳은 어느새 주민들이 사랑하는 동네 공원으로 자리 잡았다. 수페르킬렌의 성공은 단순히 새로운 공간 조성이나 거창한 사업 계획에 있지 않다. 코펜하겐시는 뇌레브로 거주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무너진 공동체가 되살아나고, 동네가 활기를 띠면서 악명 높던 빈민가는 다양성을 포용한 동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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