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Human Scale in Japan

2. 자전거를 타고 온 '오노미치'

곽재원|



일본에서 가장 자전거 타기 좋은 곳으로 소문난 시마나미 카이도. 세토우치 해안의 섬과 섬 사이를 자전거로 둘러볼 수 있는 멋진 자전거 코스 ‘세토우치 시마나미 카이도 사이클링(しまなみ海道サイクリング)’이 있다. 그 중심인 오노미치항 주변에 위치한 U2는 히로시마 현의 해상 운송 물품 보관소로 쓰이던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멀티 콤플렉스 시설로 ‘Cycle, Travel and Good things’를 테마로 삼고 있다. 실내는 창고의 원형을 거의 변형시키지 않고 꾸며두었으며 U2 외부에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한 내부에는 Bar(KOG BAR), 바이크샵(GIANT), 베이커리(Butti Bakery), 레스토랑(The Restaurant), 카페(Yard Cafe), 생활용품 매장(U2 Shima Shop)등이 입점해있고, 특히 호텔 싸이클(Hotel Cycle)은 힙한 디자인에 힘입어 한국에서도 조금씩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자이언트 매장에서는 자전거 용품 구매 및 대여를 할 수 있어 대만 브랜드인 자이언트의 자전거로 시마나미 카이도를 달려볼 수 있다. 오노미치항의 대여소보다는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좋은 퀄리티를 갖춘 자전거로 라이딩을 즐겨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한편 내부 공간에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루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자 정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자전거를 정비할 수도 있어 쾌적하면서도 편리하게 자전거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





호텔 사이클은 1, 2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30개 정도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 입구에 배치된 자전거 주차 시설과 공기주입기는 물론 객실마다 한쪽 벽면에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어 자신의 자전거를 방안에 보관할 수도 있다. 데님 프로젝트로 유명한 오노미치의 지역성을 반영하여 파자마도 부드러운 진소재로 제작되어 있고 디자인도 감각적이다. 멀티 콤플렉스를 강조하기 위해 호텔 공간을 개방형으로 구성하였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투숙객의 안락함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고 직원들의 서비스도 경직된 편이다.

다른 매장들도 빠른 회전율을 보이는 많은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여유와 편안함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상점들의 가성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분명 아쉬움이 있지만, 낡은 창고를 재생하여 훌륭한 상업시설로 일궈내었고 인근의 섬을 연결하여 자전거를 중심으로 로컬 브랜딩한 훌륭한 사례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센코지로 향하는 로프웨이 전망대로 가면 만화가 토시히코 코바야시(小林 俊彦, Kobayashi Toshihiko)의 ‘파스텔’을 보고서 오노미치의 골목골목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도시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 있는 <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尾道空き家再生プロジェクト)를 주목해 볼만하다.

오노미치 지역은 에도시대, 서일본 항로의 중요한 기항지였다. 하지만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바다의 수심이 얕은 오노미치항은 항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였다. 일본 내 다른 지방의 일반적 경향성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및 인구감소를 겪으며 경사지 주택을 중심으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2008년부터는 NPO법인(오노미치 빈집 재생 프로젝트)과 협력하여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였다. NPO법인은 지자체의 보조금과 시민 모금, 기업지원 등을 받아 빈집을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개조하고 있고 폐교 건축자재를 활용해 카페를 꾸미고 건축물 뒤편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이러한 비어있는 공간과 건축물, 환경, 커뮤니티, 관광, 예술 등 5가지 주제를 통해 전개된다.




20~30대가 대부분인 180명의 회원이 이 중 일부의 빈집을 수리하여 거주 중이며 오노미치시와 NPO법인은 빈집은행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빈공간의 주인과 거주 희망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빈집 재생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목적을 넘어 빈집 투어, 빈집 숙박체험 등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수익구조까지 창출하고 있다. NPO법인은 오노미치시의 건축가협회, 각종 시민단체, 기업 등과 협력하면서 다른 지역의 마을 만들기 운동 주체들에게 주제와 정보를 공유하는 빈집재생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오노미치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공유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고, 주민들과의 합의 속에서 빈집을 가꾸고 정비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공동화 되어가는 도시의 도시재생뿐 아니라 지역성을 반영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작하기 위해 만화를 제작하고, 빈집거주 매뉴얼을 제공하여 젊은이들을 유치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낳았다.


만화 <파스텔> 속 오노미치 이모저모

오노미치역(尾道駅), 베르뽀르 광장

하야시 후미코 동상(林芙美子)

카라사와 아이스크림, 오노미치토센(尾道渡船)

키타니 제과 본점(木谷製菓本舗)

오노미치 분가쿠노야카타(おのみち文学の館, 오노미치 문학관)

쇼-후쿠테이(昇福亭)

Komon

슈-카엔(朱華園)

마네키네코 미술관(招き猫美術館)

센코-지 공원(千光寺公園)

유유 카페 토산물점 = 야마토유(大和湯)

[출처] 일본 만화 실제 배경지 여행책 "노다메군의 재패니메이션 성지순례"





센소지를 내려와 오노미치 상점가를 걷다 보면 오노미치시 구보 1-2-23에 있는 '오노미치 데님 숍(ONOMICHI DENIM SHOP)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콘텐츠인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원단, 봉제 가공회사가 많아 청바지 산업으로 유명했지만, 브랜드화되지 못했던 빙고 지역을 중심으로 오노미치시의 지원 아래 resolute의 창립자 하야시 씨 및 오카야마시의 여러 회사와 상점들의 후원으로 카이하라 데님회사와 지역의 청바지 관련 업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2만 2천 엔인 청바지는 승려, 보육원 선생님, 일반 직장인, 생선 가게 주인, 조선 업체 근로자 등 다양한 직업 종사자 260명에게 1년에 2벌씩 지급되고, 이를 매주 회수 가공업체에서 맡겨 전문세탁을 반복한다. 1년을 입고 나면 완전히 회수되어 몇 배의 가격에 그야말로 '리얼 빈티지 데님'으로 변신하며 비로소 매장에 놓여 판매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가라 여겨지는 상품은 노동의 활동 범위가 가장 넓어서 멋있게 탈색되는 어부의 바지라는 사실도 무척 흥미롭다. 2013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일본과 태국 및 유럽의 청바지 마니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2014년에는 도쿄 하라주쿠에서 전시회를 열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것은 지방 부흥을 목표로 하는 회사인 '디스링크 오노미치'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중 입어 오랫동안 탈색시킨 중고 청바지를 지역 산업 발전과 연결하는 것이 최초 기획 목표였다고 한다. 단순히 빈티지 청바지를 파는 것뿐 아니라 ‘오노미치 데님프로젝트 ’의 청바지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하여 판매되는 빈티지 청바지를 본다고 하니, 단지 섬유 산업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New Human Scale in Japan' 연재글 리스트

1. 나의 살던 고향은 오바마
2. 자전거를 타고 온 '오노미치' (현재글)
3. 교토는 교토다
4. 도쿄 - 츠타야의 신화 그리고 열광하는 사람들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곽재원

Digital Nomad, 우주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지구별을 탐험하는 여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