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동네서점 - 서울

5. 음악이 있는 서점 프렌테 & 시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

구선아|

프렌테

소규모 복합서점 /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대국빌딩 3F / 070-7542-8967 / 매일 11:00~23:00


위트 앤 시니컬

시 전문서점 /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대국빌딩 3F / 매일 11:00~23:00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한 공간에 카페와 두 개의 서점이 공존하고 있다. 커피와 맥주를 파는 <카페 파스텔>과 음반과 책, 디자인 소품 편집숍 <프렌테> 그리고 시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파스텔 뮤직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파스텔>과 편집숍 <프렌테>가 함께 있는 건 낯설지 않다. 하지만, 다른 분야의 책 그것도 ‘시(詩)’를 다루는 서점이 함께 운영되는 건 흥미로웠다.

이 곳은 신촌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 아직 간판이 없어 자칫 지나칠 수도 있지만, 2층, 3층이 시원하게 유리창으로 된 붉은 벽돌 건물을 찾으면 된다.

카페와 서점은 넓고 질서정연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프렌테>가 있고, 창가 쪽으로는 <위트 앤 시니컬>이 자리 잡았다. 안쪽은 <카페 파스텔>을 위한 공간이다. 이 세 공간은 한 명이 운영하는 공간처럼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로웠다.



카페 파스텔에서 바라 본 프렌테와 위트 앤 시니컬


‘숍 인 숍(Shop in Shop)’이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상점 ‘숍 플러스 숍(Shop plus Shop)’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에 하나를 더하니 둘이 아니라 둘 이상의 큰 시너지가 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함께 한다는 것이 좋은 점도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았다.


“서로 존중감과 배려심이 깊어서, 좋은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시너지가 더 많다는 두 서점. 나는 다양한 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프렌테>와 <위트 앤 시니컬>은 벽을 따라 나무 책장이 나란히 배치되어있다. 책장마다 각기 디자인도 다르고 책도 다른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서점의 책은 각기 다르지만 분명 책을 잇는 흐름이 존재했다.

책의 흐름은 시집에서 시작하여 예술 혹은 인문학 서적으로 끝나기도 하고, 소설 혹은 수필에서 시작하여 시집으로 맺어지기도 했다. 이는 물리적 성질뿐만이 아니라 심리적 동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욱 손님들은 두 개의 서점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서점에 온 기분이 들게 된다.



프렌테에서 위트 앤 시니컬, 위트 앤 시니컬에서 프렌테로 이어지는 서가




음악이 있는 서점, <프렌테>

<프렌테>는 합정역 근처에서 운영할 땐 하루 3시간밖에 운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올해 6월에야 비로소 제대로 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다.

음반과 독립출판물, 일반 서적 그리고 디자인 소품까지 다루는 <프렌테>는 어느 편집숍 못지않게 꽉 찬 구성을 자랑한다. 중앙 진열대를 두어 문구류, 수첩, 지갑, 조명 등 예쁜 디자인 소품을 골라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 등 16명의 작가가 그려진 손수건이 탐났다.

음반 진열대는 마치 레코드숍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LP판과 CD가 가지런했다. 서점이나 카페에 앉아 바라보면, 마치 그림과 사진이 전시된 모습처럼 보였다.



프렌테에 진열 되어 있는 음반, 서적, 아트 상품들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책도, 좋아하는 영화도 비슷한 걸까.’

<프렌테>는 감성적 공유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 나도 파스텔뮤직 아티스트 몇몇의 오래된 팬이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헤르쯔 아날로그’를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다른 회사 소속이지만 ‘루싸이트 토끼’도 꽤 좋아한다. 그래서 나도 익숙한 감성을 느끼는 것일까. <프렌테>의 책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독립출판물부터 소설, 수필, 인문학, 예술서까지 다양하지만, 어떤 비슷한 감성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프렌테>에선 ‘처음학교’라는 강좌가 있다. 배우고 싶은 소소한 것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강의다. 바느질하기, 사진찍기, 편집하기 등은 물론 곧 소설 쓰기, 시 쓰기 강좌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문학 분야 강좌는 <위트 앤 시니컬>과 함께 한다.


“처음학교 말고도 위트 앤 시니컬과 함께 재밌는 일들을 기획 중이에요.”


<위트 앤 시니컬>와 <프렌테>의 시와 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협업 프로그램들이 기대된다.



프렌테 여행 서가




시를 경험하는 공간, <위트 앤 시니컬>


큰 창문 옆에 자리 한 위트 앤 시니컬


처음 상점을 운영해 본다는 이 서점의 주인장 유희경 시인은 6월 가오픈부터 두 달여간 몸무게가 7킬로나 빠졌다.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매일 아침 서가를 바꾸는 유희경 시인


시인이 이렇게 열심히 꾸린 <위트 앤 시니컬>엔 특별한 ‘시(詩)’가 있다. ‘오늘 서가’는 어떤 시인이 다른 시인의 시집을 추천하는 코너다. 매일 매일 다른 콘셉트로 서가를 꾸미고, 다른 책을 꽂는다. 시인 주인장이 매일 아침, 서점 문을 열자마자 책을 고르고, 살핀다.

그리고, ‘시인의 책상’에서는 손님들이 앉아 시를 필사한다. 필사한 시는 손님에게 주는 게 아니라, 작가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손님이 필사한 시집을 받은 시인은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 나의 시를, 나의 삶을 읽고 꾹꾹 눌러 써준다는 건 왠지 찡한 기분이 들었다.



위트 앤 시니컬의 시인의 책상


<위트 앤 시니컬>은 시 낭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 중이다. 6월, 7월 동안 여섯 번의 낭독회가 열렸다. 시집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주는 ‘패키지 티켓’은 매번 매진이었다.


“사람들이 책을 사지 않는 게 아니라 접할 기회가 없어서 그래요.”


시인은 책을 사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책을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를 강요하지 말고, 책 읽을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동네서점이 많이 생기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점마다 특색 있게 책 큐레이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모두 다른 특성의 서점이 될 거에요.”


<프렌테>와 카페가 잘되어야, <위트 앤 시니컬>도 잘 된다고 말하는 시인.


“시집을 읽는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죠. 시가 일상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아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모든 사람이 시집을 읽고 있다면, 그게 더 끔찍하지 않을까요?”


지하철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도 무섭지만, 모두 시집만 읽는다면 그 또한 오싹한 일일 것 같다.

사람들은 이곳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시집 한 권을 사고, 시집을 사러 왔다가 음반을 사고,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시를 읽는다.



시집을 고르고, 시집을 읽고, 시를 쓸 수 있는 위트 앤 시니컬




* 「여행자의 동네서점」은 해피빈 공감펀딩(2016.7.13~8.22)을 통해 모금 된 금액으로 책자와 전자책, 여행자의 동네서점 서울지도를 제작하였습니다. 어반폴리에 연재되는 내용은 「여행자의 동네서점」 책자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일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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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구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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