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동네서점 - 서울

9.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구선아|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

신촌 기차역 근처에 시집 전문서점이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콘셉트의 유일무이한 서점이 생겼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이 특별한 서점에 찾았다. 바로 추리소설 전문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추리소설 전문서점 미스터리 유니온 입구


<미스터리 유니온>은 이대 방향의 일방통행 길 사이의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문밖부터 서점 안까지 나무로 한땀 한땀 공들인 아늑한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무 냄새와 책 냄새가 가득 섞여 있었다.

주인장은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수년간 해오다 지난 2월 책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두 달이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가게를 얻고, 책을 꾸리고, 서점 운영 방식을 배우러 교육에 쫓아다니다 보니 지난 7월 5일에서야 문을 열게 되었다.

서너 평이나 될까 한 작은 규모였지만 온 벽면 책장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 책 정리가 덜 되었다지만 빼곡히 미국, 프랑스, 독일, 기타 유럽, 한국, 일본 등 나라별로 분류된 서가는 정갈했다.

장르 소설 공모전이 따로 열리고, 장르 소설 작가를 발굴하는 요즘이라고 하지만 추리소설만 파는 서점이라니.


“어떻게 추리소설 전문서점을 할 생각을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해요.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르게 하고 싶었어요.”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아가사 크리스티나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정도를 떠올리는 나에겐 이 서점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처음 보는 책,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책 표지와 띠지에 쓰인 흥미로운 문구가 계속 나의 눈을 잡아당겼다. 그러던 중, 한국 추리소설이 꽂혀있는 서가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작가의 책을 찾았다. 해외 오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난 듯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대형 서점에 가도 추리소설은 구석에 진열되어 있어요. 저는 추리소설이 주인공이 되는 서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약 1,600권 정도의 추리소설이 있는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여기 꽂힌 책을 다 읽어보셨어요?”

“아니요. 이제부터 읽어야죠.”


반짝이는 눈으로 웃음 짓는 주인장. 책 읽을 생각만 해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미스터리 유니온의 서가


새로운 미스터리 읽기의 제안

추리 소설을 읽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부분 많은 독자가 처음엔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 읽는다. 그 후에 추리 소설 읽기가 깊어지면 국가별로, 때로는 추리 소설 역사를 따라, 혹은 사조별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읽기 방법이 있다. 바로 ‘주제’별 읽기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은 매달 테마에 따라 추리소설을 추천하고 서가를 꾸밀 예정이다. 7월, 첫 테마는 ‘북 앤 미스터리’로 책, 작가, 서점에 관한 추리소설을 한 편에 모아 진열해 두었다. 「책 사냥꾼의 흔적」, 「비밀의 요리책」, 「살인자의 책」, 「편집된 죽음」 등 책 이름만 봐도 주제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책들이었다. 8월은 ‘테이스트 앤 미스터리’를 주제로 홍차와 커피, 음식에 관한 추리소설을, 9월의 주제는 ‘아트 앤 미스터리’ 미술가, 박물관, 미술관 등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책을 추천했다.

그리고 서가 사이사이 특별한 책,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올려놓는 책 진열대를 두고 있었다. 귀중한 보석을 올려놓듯, 책이 놓여 있어 눈을 끌었다. 판매 상품은 아니지만, 추리소설 작가의 얼굴을 판화로 찍은 액자가 책과 함께 진열되어 있기도 했다. 왠지 작가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것만 같았다.



추리소설 작가들의 얼굴이 새겨진 판화 액자


자연스럽게, 천천히, 오래도록

서점을 연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미스터리 유니온>. 가지고 있는 책도 다 꼽지 못해 고민 중인 이 작은 책방은 아직 SNS 계정조차 없다. 골목 안쪽에 위치하여 지나가다 눈에 띄기 어려운 장소라 책방 소개와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장은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책방 운영이 안정화 되면 SNS 활동도 시작하고(*인스타그램 8월 셋째주부터 운영 시작), 점차 모임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지인들이 찾아주시고 동네 분들, 장사하시는 분들이 이런 곳도 생겼냐며 찾아주시고 있어요.”


때마침 점심을 먹고 지나던 <프렌테> 매니저와 <위트 앤 시니컬> 주인장 유희경 시인이 서점에 들렀다. <미스터리 유니온>과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이웃 서점들이다. 서가 한편을 다 채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보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열 명이라는 소문도 있어요.”


책과 작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지난번 사 갔던 책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또 책 한 권씩을 고르신다. 다른 분야의 서점이지만, 서점 주인이 자신이 읽을 책을 다른 서점에서 사는 모습은 낯설었다. 하지만, 서점 운영자 세 명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내가 끼어들지 않고 관객으로 남고 싶을 만큼 좋아 보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진열된 모습


장르 소설의 계절, 여름. 추리소설 전문책방 <미스터리 유니온>에 들러 보자.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편견이 있던 사람도 한 발자국 추리소설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바라 본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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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편집자: 박혜주

구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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