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INSIGHT SERIES - 영국의 도시재생

3. [PLACE] 미래도시를 설계하다, 킹스크로스

이다인|

“When people feel they ‘belong’ to a neighbourhood

which is theirs through their own efforts,

then it will become a place…worth struggling to retain and develop.

People will safeguard what they have helped to create.”

– Lord Scarman, 1991



킹스크로스역 내부


플랫폼 9와 3/4


VIBRANT CITY OF KING’S CROSS, 도시가 깨어나다

영화 <해리포터>로 유명한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은 주인공이 호그와트행 증기기관차에 탑승하며 역사적인 여정을 시작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킹스크로스역(King’s Cross Station)은 역사적, 건축적으로 유의미한 랜드마크이자 연평균 47만 명에 달하는 이용객이 방문하는 런던 최대의 환승역 중 한 곳이다. 이에 더해, 역사가 위치한 킹스크로스 지역은 킹스크로스역 외에도 세인트 판크라스 역(St. Pancras Station)과 운하가 함께 모여있는 곳으로 유동인구와 물류가 집적되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에너지의 교차로이다.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for Indian Smart Cities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지역


QUALITY OF LIFE, 사람과 함께 하는 도시 킹스크로스

미래형 혁신도시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영국에서는 주요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킹스크로스 일대는 이즐링턴(Islington) 구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현재 서유럽 최대 규모의 지역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배터시 화력발전소의 사례가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던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지역 재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반면, 킹스크로스에서는 주거, 비즈니스, 환경(기후변화), 지역 커뮤니티 차원의 이슈를 복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킹스크로스 센트럴(King’s Cross Central)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킹스크로스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변곡점 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본 프로젝트의 구심점인 킹스크로스 기차역(King’s Cross Station)은 북잉글랜드 지역의 대표 산업 도시와 통하는 연결로이자 1800년대 중반(1849-1852) 산업혁명의 상징인 GNR(Great Norther Railway) 증기기관차의 발착지이기도 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이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킹스크로스역은 중후한 빅토리아 스타일의 건물에 현대적인 아치형 격자무늬 천장(concourse)을 더하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현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1700개의 일반 주거 단지, 650개의 학생 주거 단지, 450,000㎡ 규모의 비즈니스 지구, 45,000㎡ 규모의 상업지구, 70,000㎡ 단위 지역 커뮤니티 지구, 28,000㎡ 규모의 휴양∙공공∙교통 지구를 조성하여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킹스크로스 공식 유튜브 채널 – Coal Drops Yard: A behind the scenes look

킹스크로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67에이커에 달하는 대규모 산업 지구를 거주, 상업, 예술, 휴양, 교육 기능을 갖춘 복합 커뮤니티 지구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킹스크로스의 사례에는 도시재생에 대한 영국의 국가적 관점과 방향성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정부가 지역 성장을 위해 제시하는 지역 커뮤니티 중심 계획(Neighbourhood Planning)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실행하기 위한 주체를 지역 커뮤니티로 설정한다. 이러한 관점은 이즐링턴 구의 지역계획(Islington’s Local Plan)과 실행전략(NFD: Neighbourhood Framework Document)에서도 공통으로 드러난다. 나아가 이즐링턴(Islington)과 캠던(Camden) 행정부는 2012년을 기점으로 각자 ‘King’s Cross Place Plan’을 채택하여 킹스크로스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Heritage-based & Conservation-led regeneration)하고 미래 세대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역재생 프로젝트 실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킹스크로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킹스크로스의 미래를 상징하는 핵심가치는 다름 아닌 “삶의 질(Quality of Life)”이다. 이는 킹스크로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비전을 담아 2001년 발표된 인간적 도시를 위한 원칙(Principle for a Humane City)¹의 10대 항목 속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1) 활기 있는 도시체계(a robust urban framework)

2) 지속 가능한 공간(a lasting new place)

3) 접근성 향상(promote Accessibility)

4) 복합적인 지역 활용(a vibrant mix of uses)

5) 유산의 가치 보존과 활용(harness the value of heritage)

6) 킹스크로스와 런던을 위한 지역재생(work for King’s Cross, work for London)

7) 장기적인 성공(commit to long-term success)

8) 지역의 능동적인 참여(engage and inspire)

9) 안전한 실행(secure delivery)

10) 원활한 소통(communicate clearly and openly)


위 10대 원칙은 사람과 함께 숨쉴 수 있는 도시 모델을 강조한다.



PARAMETERS FOR REGENERATION,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킹스크로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비전과 원칙이 다소 복잡하고 당연해 보일지라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는 현장을 목격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킹스크로스는 인간적 도시를 위한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시재생의 기준(Parameters for Regeneration, 2001)’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소유권, 개발 범위, 환경문제, 실행 가능성 등과 같이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의 한계와 가능성을 검토하여 사업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았다.

운하를 따라 걸으며 목격한 킹스크로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였다. 한국의 세종시가 행정복합도시로서 기능하지만, 수도권에 상응하는 편의성과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여 밤이면 인적 드문 도시로 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킹스크로스는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지역이다.


킹스크로스 구글 UK와 세인트마틴 대학교


킹스크로스는 뛰어난 접근성이나 구글, 유니버셜 뮤직,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자리한 비즈니스적인 매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킹스크로스 그래너리 스퀘어(Granary Sqaure)를 중심으로 조성된 11개의 공유 공간은 시기별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 문화적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예술 학교인 세인트 마틴 대학교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교육기관, 런던도서관, 판크라스 광장 도서관과 같은 교육적 인프라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가족처럼 연령, 규모를 아우르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지역에 머무르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킹스크로스는 양질의 삶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에너지 절약, 친환경 에너지 사용, 친환경 건축, 도시가드닝 프로젝트, 지역 유산의 재활용(예: 물류창고였던 Granary Building을 재개발한 세인트 마틴 킹스크로스 캠퍼스)을 통해 도시의 미래상과 새로운 기능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이는 다양한 변화의 교차점에서 꾸준히 미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킹스크로스의 내일이 오늘보다 흥미로운 이유다.


¹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지원센터.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41.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의 실체(양도식 2013)” P185.






'URBAN INSIGHT SERIES - 영국의 도시재생' 연재글 리스트

1. [INTRO] KEEP CALM AND INNOVATE THE CITY
2. [PLACE] 재생과 개발 사이, 배터시 화력발전소
3. [PLACE] 미래도시를 설계하다, 킹스크로스 (현재글)
4. [PLACE] 지역 커뮤니티와 도시재생, 버로우마켓
5. [GROUP] 도시를 재정의하다, 어셈블(ASSEMBLE)
6. [OUTRO] 잘 생겼다 한국?!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이다인

도시가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하는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