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INSIGHT SERIES - 영국의 도시재생

6. [OUTRO] 잘 생겼다 한국?!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이다인|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물음에서 시작되었던 여정은 영국의 배터시 화력발전소, 킹스크로스, 버로우마켓, 어셈블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의 도시재생 사례는 도시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변화, 갈등, 성장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또한, 그 안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형 도시재생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영국의 여러 사례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었던 ‘재생(REGENERATION)’, ‘공동체(COMMUNITY)’, ‘혁신(INNOVATION)’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물음에 답해보고자 한다.


2018 세계 도시 순위

출처: Resonance – Best Cities Website


재생(REGENERATION) – 매력적인 도시 순위 36위, 내 손 안의 서울

런던이라는 도시가 하나의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영국이란 국가 단위에 버금가는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도시는 막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뉴욕시의 “I ♥ New York”과 같은 도시 브랜딩 사례 역시도 도시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018년 캐나다의 RESONANCE 자문그룹이 내놓은 순위 자료는 매우 흥미롭다. 도시 역량(City Performance)을 측정하는 6가지 평가 지표(생활환경, 랜드마크, 문화자원, 다양성, 경제력, 인지도)를 기준으로 선정한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세계 100대 도시 순위’에서 런던은 1위를 차지했고, 서울은 36위에 올랐다. 서울은 생활환경, 랜드마크, 다양성, 경제력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자유 시장 자본주의, 강남스타일, 케이팝(K-Pop), 케이뷰티(K-Beauty)라는 수식어로 묘사되었다. 

매력적인 도시란 어떤 도시일까? 도시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이들은 모두 ‘살고 싶은 도시’로 여겨진다. 같은 맥락에서 도시재생은 지속적인 생활 경쟁력 확보와 차별화된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는 전략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18 잘 생겼다! 서울 20 캠페인’, ‘다시∙세운 프로젝트’ 등 새로운 관점에서 도시를 해석하는 일련의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가치를 환기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이모저모를 매력적인 콘텐츠로 가공하여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채널 ‘내 손 안의 서울’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나아가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2021년까지 광화문광장을 3.7배 확대해 시민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살고 싶은 도시, 인간 중심 도시로의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동체(COMMUNITY) –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그렇다면 향후 국내 도시재생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도시 정책의 역사와 현주소를 비교하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정부 주도(Top-Down)로 ‘개발(Development)’에 초점을 맞춰 도시 정책을 펼쳐왔다. 대규모로 속도감 있게 진행된 개발의 외형은 화려했지만, 한편으로는 신도시가 조성되고 재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강제 철거 집행, 부동산 시장 과열,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도시화, 이촌향도 과정에서 결속이 느슨해진 지역 커뮤니티는 사회적인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힘을 갖추지 못했고,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흡했다. 결국, 2010년대에 이르러 도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 전통적인 도시 개발 정책의 사각지대였던 노후 주거지 및 구도심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었다. 그리고 그런 지역들은 대부분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쇠퇴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현 정부는 개발 중심의 도시 정책 시행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다가오는 도시 구조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프로젝트인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업의 핵심은 공공과 민간의 연계를 통해 도시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지역 주도(Bottom-Up) ‘풀뿌리 도시재생 거버넌스’를 만들고, 유휴시설을 재활용한 혁신거점 조성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뉴딜)하여 건강한 도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다. 이는 영국 버로우마켓의 사례처럼 정부와 지역 거점, 지역 커뮤니티의 유기적 연계 활동이 도시 생태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되는 내용이다. 

안정적인 지역 거버넌스와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노력은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의 ‘도시 공간 혁신’ 그리고 ‘도시재생 기반구축’ 과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도시 공간 혁신 관련 사업을 통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초생활인프라 공급, 노후주거지 정비, 구도심 혁신공간 조성이 이뤄진다. 다음으로는 도시재생 로드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시재생 관련 법규와 정책의 정비가 진행되고, 도시재생 실행 권한이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로 단계적으로 위임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기회와 혁신 공간을 창출할 지역 인재 및 주체를 위한 활동 여건이 갖춰질 것이다.



혁신(INNOVATION) –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도시재생의 미래

사실 여기까지는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新) 도시재생 정책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인프라, 시스템, 건축물 등 물리적 요소(이하 하드웨어)의 구축 이후다. 도시 속 하드웨어에 생기를 불어넣을 콘텐츠나 아이디어(이하 소프트웨어)의 발굴과 육성은 한국형 도시재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앞선 연재문을 통해 소개한 영국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하드웨어를 어떠한 소프트웨어로 채우는지에 따라서 지역은 자신만의 정체성, 즉 혁신 동력을 갖게 된다. 특히 지역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역 인재와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어셈블의 그랜비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의 결정적인 역할을 증명하는 혁신 사례이다. 

국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지역별로 특화된 도시재생 모델을 정립하기 위하여 역사, 문화, 대학, 경관, 지역상권, 여성 친화, 농촌, 스마트시티 등의 요소에 주목하고 있으며, 지역 도시재생 인재 육성을 위한 ‘도시재생대학’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대학 운영 프로그램이 도시 브랜딩 실무를 담당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으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가 도시재생대학 프로그램의 교육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혁신 그룹(도시재생 창업가 및 스타트업 등)을 발굴하고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건전한 체계와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도시재생대학 프로그램의 고도화를 통해 역량을 갖춘 혁신 그룹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고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자생 가능한 도시재생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천편일률적인 대로변보다는 규모와 상관없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는 골목에 사람이 모이는 시대이다. 이는 그럴듯한 겉모습보다는 실질적인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인의 행동 양식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도시 속 이름 없는 좁은 골목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흐름은 분명 수많은 동네와 도시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갈 것이다. 한국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과연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새로운 프레임만 입은 채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민과 혁신 주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온전한 의미에서 도시재생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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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INSIGHT SERIES - 영국의 도시재생' 연재글 리스트

1. [INTRO] KEEP CALM AND INNOVATE THE CITY
2. [PLACE] 재생과 개발 사이, 배터시 화력발전소
3. [PLACE] 미래도시를 설계하다, 킹스크로스
4. [PLACE] 지역 커뮤니티와 도시재생, 버로우마켓
5. [GROUP] 도시를 재정의하다, 어셈블(ASSEMBLE)
6. [OUTRO] 잘 생겼다 한국?!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현재글)


에디터

* 편집자: 강필호

이다인

도시가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하는 기획자